2008년 11월 15일 토요일
오늘은 내리 3편, 간만의 하드한 스케쥴이다. 그래도 보고 싶었던 영화 3편이 졸졸이..견뎌낼만하다.
첫 영화는 다이브. 이번 영화제의 테마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일본의 신인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것인데
다이브는 두가지의 테마에 다 부합하는 영화다. 원작자 모리에토의 인터뷰를 어느 잡지에서 본 적이 있는데... 고단샤아동문학신인상으로 데뷔한 이래 아이들의 성장을 다룬 소설을 많이 써온 아동문학쪽에선 꽤나 유명한 작가가 출판사로 부터 소년 시리즈 물을 써보자는 제의를 받고 많은 취재를 걸쳐 써낸 작품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모리 에토의 소설은 많이 번역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읽어본 책은 없지만...
영화는 맘에 들더라. 다이빙이라는 소재라서 그런지 실제로 영상으로 보는 게 더욱 와 닿기도 한다 라는 느낌이었다. 워낙 비 인기 종목이라 보통은 올림픽을 해도 방송을 해주지도 않지만..운좋게 88올림픽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탓에 이런 비인기 종복 중계마저 하나 하나 다 보여 주었었다. 그 때 본 다이빙 시합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같이 보던 아이들도 모두 반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멋진 몸매의 남자들이 반라(?)로 나온다는 점도 무시 못하겠지만...멋진 포즈로 입수하는 그 장면의 짜릿함이 몇년이 지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다이브] 그런 기억속의 잊혀진 부분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맘에 들었던 장면은...인물들이 쓸데없이 경쟁하지 않는 다는 것.. 실력차가 많이 나는 캐릭터가 나오고 그 실력이 점점 차를 좁혀가면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은 긴장하게 되고 라이벌 의식 같은 것이 영화의 주된 쟁점이 되곤 할텐데..그런 것이 없다. 최고 실력자는 자신의 위치로 치고 올라가는 친구를 독려하면서 신선한 라이벌 의식에 고취되면서도 자신과의 싸움에 더 열중하여 결국 그 틀을 깨는데 성공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고전적인 영화의 틀인 실력없던 주인공이..나중에 제 1인자가 된다 라는 설정은 바뀌지 않으나 실력자 3명의 싸움..이 서로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들 개개인의 싸움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 좋았다. 결국 시합에서는 서로 경쟁자로 싸우지만... 자신의 틀을 넘어선 만족감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라는 것이 맘에 들었다. 그런 점이 성장소설 스러운점이기도 할지 모르겠다. (뭐 그렇게 삭아 보지지만 중학생이라는 설정이니 -_-)
여튼 물 나오고 몸매 좋은 꽃미남 나오고...맘에 들지 않을게 없다.^^
두번째 영화는 [서쪽마녀가 죽었다] 이 영화역시 전부터 맘에들어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영화 중 하나. 무엇보다도 영화가 그리는 휴식같은 배려가 맘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코드가 대부분 모여 있는게 관심의 촛점이기도 했다 (산속의 그림같은 집, 허브가 피어 있는 마당, 오후의 홍차 한 잔, 갓 구운 쿠키와 손으로 누빈 앞치마 등등등..)
이 영화 역시 소설 원작으로 작가 니시키 카호의 데뷔작으로 일본에선 100만부를 넘는 베스트셀러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니시키 카호의 작품이 몇 권 밖에 번역이 안되어 있는데.. 식물을 사랑하는 이 작가의 작풍이 잘 살아있는 [서쪽 마녀가 죽었다]도 얼른 번역이 되면 좋겠다. (2003년에 [서쪽으로 떠난 여행] 이라는 제목으로 한 번 출판된적이 있긴 한 모양이다..절판이던데 제대로 다시 나와주면 좋겠네..) 다른 책 역시 식물이 주제가 된 책이 많더라.
일단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을 즈음...영화 선전 포스터만 보고..왜 외국인이 할머니로 나오는 걸까 하고 의아해 했는데..알고보니 주인공의 엄마가 혼혈이라는 설정이었다. 주인공인 손녀는 쿼터인 셈. (전혀 그렇게 안보이지만 -_-) 할머니 역의 사치 파카는 유명한 미국 배우 셜리 맥클레인과 영화제작자 스티브 파커의 외동 딸이다. 어릴때 일본에서 산 적이 있어서 일본어가 능숙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일본어가 그리 유창했나 보다. 어찌 보면 이 책의 주인공 처럼 그녀도 어린시절을 엄마와 떨어져 일본에서 보내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고 우선 그녀의 원작을 읽어 보고 싶어서 친구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본인은 히라가나 밖에 읽을 수 없어서 낭독으로 읽기로 했다고..) 하루에 한시간씩 2주동안 친구가 읽어주는 소설을 읽으며 할머니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나 감동을 해서 친구에게 다시 한 번 읽어 줄 수 없냐고 부탁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인지...영화속 사치 파커의 대사는 사뭇 그림책을 읽어주는 듯하게 들린다. 손녀딸을 향해 존대말로 하나 하나 차분하게 말을 건넨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듯이... 그 부분이 참 맘에 들었다. 영화속 사치파커가 맡았던 그 할머니는 작가가 영국 어학연수 시설 홈스테이를 하던 집 할머니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그녀가 너무 좋았던 작가는 잠자러 가기 위해 이층으로 올라가던 할머니에게 [I Love you]라는 말을 했고 그럼 그 할머니는 늘 [I know]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추억이 영화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로즈마리 밭에 침대 시트를 말리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그 시트를 덮고 자면...밤새 이불에선 향기로운 기운이 가득하겠지...영화속에 둘이서 뭔가를 먹는 장면이 나올 때 마다 옆자리에선 [맛있겠다..]라는 탄성이 끊이 질 않았다. (딱 배고플 시간이기도 했고..)
영화속에 나오는 마당의 허브나 꽃, 무려 야채까지 스탭들이 2개월에 걸쳐 집을 짓는 동안 직접 기른 것이라고 한다. 그 집에 상주하면서 물주고 가꾸고 정성을 들인 산물인 것이다. 플라워코디네이터까지 참여해 본격적인 꽃밭의 구성까지 한 것이다. 온실에서 작은 풀꽃을 발견하는 씬을 보고 작은 식물에도 눈길을 주는 세심함을 가진 소녀라는 설정으로 12가지 작은 꽃들을 심는다던지 하는 식의 배려. 남자 스탭으로는 도저히 이런 분위기의 세트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미술쪽 스탭을 대부분 여자로 했다던가..영화속에 등장하는 꽃이나 풀들 하나 하나에도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2009년 1월까지 세트를 공개한다고 하는데.. 한 번 가보고 싶어 지는 곳이다.
오후 햇볕이 드는 창가에서 마시는 홍차 한잔의 여유 같은 영화. [서쪽 마녀가 죽었다] 그런 행복한 시간 때문에다도 엔딩이 더욱 짠하게 다가 오는 것이었나 보다. 정식 개봉 하면 좋을 텐데...책이 읽고 싶어 진다.
행복의 스위치는 코믹이라고 해서 봤지만 사실 그다지 코믹도 아니고...조금 무겁다고 해야하나...퉁명스럽게 부루퉁한 우에노 쥬리가 좀 질리게 하는 영화였다. 그런 역으로 자주 나와서 인지..이젠 좀 그만? 이라는 기분이었다.
[서쪽마녀가 ] 너무 취향이라서 그런지 좀 비교 되어 보이는 것도 있고...
감독이 파나소닉에 근무한 경험이 있고 회사를 다닐 때도 인디 영화를 찍어와서 스스로를 [OL감독]이라고 칭하기도 했다는데 회사 퇴직후에 만든 이 영화는 그래서 인지 파나소닉(마츠시타전기)에서 스폰서로 나오기도 했다.
영화를 소개하던 테라와키 프로그래머 말로는 [파나소닉 제품을 사면 이렇게 A/s가 좋아요] 라는 간접 광고라나? 다른 건 모르겠고... 지방색이 물씬 풍기는 그 정서는 맘에 들었다. 와카야마현 다나베시가 무대인데 와카야마 현의 명물이 귤인 모양인지...귤을 갈아서 쥬스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크헉..마시고 싶더라... 지역주민과의 소통에 관한 중요성..동네 작은 가게들이 사라져 가는 요즘 세상에서 따뜻한 메세지를 전해주는 영화임엔 분명하다. 영화가 좀 느릿한 전개라서 지루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작은 부분의 디테일이 잘 살아있어 좋던데..영화 자체는 그닥 땡기진 않더라. 우에노 쥬리 약발도 이제 고만 고만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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