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많아서 일단 가려봅니다.
다카하시 역에서 친구 한명은 후키야까지 가지 않고 다카하시를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남고
나머지들은 인포메이션에 들러 후키야까지 가는 버스 시간을 물었다. 자원봉사자 처럼 보이는
아주머니 두분이 친절하게 알려주시고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한국말로 된 안내문도 하나씩
주셨다. 다카하시에서 후키야 가는 버스는 하루에 5대 인데 그나마 제대로 보고 오려면 10시 50분 버스를 타고 가서 오후 3시 42분 버스를 타고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 5시간도 채 안되는 체재시간으로 보고 와야 하는 곳이다. 차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진짜 교통편은 안좋은 동네. 그럼에도 꾸역 꾸역 가려는 이유는
너무나 놓치기 아까운 동네였기 때문..
빗방울이 조금 씩 굵어지는 모습이다. 다카하시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첩첩 산길을 들어가다가
붉은 기와의 건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때 즈음 그곳이 후키야였다.
비오는 모습 마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후키야. 이곳은 [벵갈라]라고 하는 산화 염료를 일본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으로 의류에서부터 도자기, 건축자재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쓰이는 물질이라 그런지 후키야라는 동네 그 자체가 붉은 빛을 띄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벵갈라 [Bengala]
산화제이철을 주성분으로 한 적색안료로 인도의 벵골만에서 많이 생산되었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여졌다. 산화제이철을 90% 이상 함유하며, 빛깔은 황색을 띤 것부터 암적갈색 또는 자색을 띤 것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은폐력(隱蔽力)·착색력·내구력·내약품성 등이 있으며, 페인트 등의 안료, 유리·금속용 연마재(硏磨材) 등에 사용된다.
-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
붉은 기와와 붉은 염료로 염색된 천들이 즐비한 곳.
비에 젖은 도시는 그 붉은 빛이 더 강해져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버스에 내려서 멍하니 다들 사진만 찍고 있다가 빗방울이 굵어 져서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그리 크지 않은 동네라 끝에서 끝까지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비가 와서인지 관광객이 없는게 그나마 다행. 다들 이색적인 풍경에 꺅꺅 거리며 이곳 저곳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며 탐험을 시작했다.

후키야 향토관. 돈 내고 들어가는 곳이라 그냥 패스.

토산품을 파는 가게

퍙토 역사관인가 해서 옛날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었는데 여긴 무료여서 들어가서 구경했다. 옛날 생각하는 것들이 많아서 추억에 잠시 젖어 보기도 했음.

한 코너에 전시된 인형들. 판피린에프 인형도 있네...

어디서 많이 보던 추억의 빙수기
가장 맘에 들었던 건 [후키야초등학교] 건물이었는데 목조건축물로 현재도 학교로 사용되고 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왠지 다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멋진 건물. 강당과 별관 까지 옛날 모습 그대로여서 어딜 찍어도 그림이 나오는 곳이었다. 같이 간 친구들 모두 이 건물에 완전 반해서 떠날 줄을 몰라했다.

후키야 초등학교, 이런 건물인데도 수영장은 딸려 있더라..부럽...
그 맞은 편엔 [라포레 후키야]라고 하는 호텔이 있는데 건물이 특이하다 했더니
그곳은 예전에 중학교 건물이었는데 개축을 해서 숙박시설로 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부의 방들이 학교 교실처럼 늘어서 있어 꽤 독특한 느낌을 주는 곳이라고 했다.
동네 주민이 강추 하는 곳이었는데 가격이 좀 비싸서 아쉽지만 한 번은 묵어 보고 싶은 곳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라포레 후키야] 딱 봐도 학교 건물처럼 생겼더라니...
건물 하나 하나가 멋스럽고 아기 자기한 후키야. 가게에 들어가서 밥이나 먹어야 겠다 라고 생각하며
일단 마을 끝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자 하고 내려간 곳에 인포메이션이 있었다.

후키야의 유스호스텔,후키야의 몇 안되는 숙박시설로. 1박에 3500엔의 의외로 저렴한 숙박비로 묵을 수 있는 곳.

후키야 인포메이션, 마을끝..아니 초입에 있다고 해야 하나?
다리도 쉴 겸 하고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자원봉사로 일하시는 아주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고향 출신으로 3년전까지 도쿄에서 살다가 남편을 잃고 귀향해서 과수원을 경영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과수원 농사는 초보라서 다 익은 복숭아를 까마구에게 뺏기거나 하는 고생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맛있는 복숭아를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오카야마는 복숭아 산지로 유명하다)
아주머니 (거의 할머니 연세) 살아 오신 내력을 거의 다 들었을 즈음 우리에게 추천해줄 곳이 있다며
히로가네 라는 성을 꼭 가보라고 하신다. 사실 동네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린 그냥 제끼고
동네에서 어딘가 쉴 곳을 찾고 있었는데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그곳을 안보면 의미가 없다는 둥
강추를 하시는데다 인포메이션이 있는 곳이 후키야의 끝 부분이 기 때문에 되돌아 간다면
추천해준 스폿을 안가겠다는 말과도 같아서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었다.
돌아갈 버스시간까지 한시간 조금 넘게 남은 시간이었는데 아주머니 왈 편도 30분 거린데
왕복 1시간이면충분히 갔다 올 수 있을 거라며 계속 우리 등을 미셨다.
할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히로가네에 가보기로 했다.

이제부터 고행의 시작..
정말로 인포메이션이 있던 곳이 길 끝이라 그 이후는 인가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완전한 산길이었다.
9월임에도 여름과도 같은 더위라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일단 걸었다.
하지만 우리가 들고 있는 지도는 축척이 조금 이상해서 거리상 짧게 표시되어 있음에도 가도 가도
원하는 곳이 나오질 않았다. 후키야에서 1km 떨어져 있다는 벵갈라를 캐는 광산을 막 지나자
우린 이 지도가 한참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1km정도 가니 벵갈라 광산이 나온다.

다시 끝 없는 산 길의 계속..
앞으로 2km를 더 가야 하는데 왠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기분.
히로가네에서 돌아오기 위해선 30분에는 끊어야 하는데 이건 좀 위험한 상황이다.
중간에 돌아갈까 어쩔까를 잠시 의논하다가 온 길이 아까워서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서 걸었다.
거의 포기했을 즈음 히로가네성의 지붕이 보였다. 근데 왜 그리도 높은 곳에 있는 거냐.
화장실이 급해 엄청난 속도로 들렸다가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버스를 타러 후키야로 돌아 가야 했다.

포기할 즈음 등장한 이정표. 히로가네 까지 800m ....라고? 웃기지마!!!

다시 산길...

드디어 여기가 히로가네, 높기도하지...
우리에게 히로가네를 강추했던 그 인포메이션의 아주머니를 원망(?) 하며 나는건지 뛰는 건지 모를 걸음으로 미친듯이 돌아갔다. 친구 하나는 아까 봐둔 선물가게에서 꼭 사야할 게 있다면서 먼저 가겠다고
하며 뛰어갔다. 종점에서 버스에 오를테니 우리더러 중간 정류장인 인포메이션 앞에서 타라는 것이었다.
걸어도 힘든데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행운을 빌어 줄 수 밖에 없었다.
숨이 거의 턱까지 찼을 즈음 너무나 반가운 후키야 인포메이션의 지붕이 보였다. 시간을 보니 15분 정도
그래도 생각보다 여유있게 도착한 모양이다.

저멀리 인포메이션이 보인다. 우린 살았다..싶더라...

인포메이션 내부
아주머니가 걱정이 되셨는지 나와 계셨다. 우리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시며
자기의 걸음이 남보다 좀 빠른 걸 잊고 왕복1시간이라고 말해준 것을 우리가 떠나고 나서야 후회했다며
계속 걱정이 되서 기다리셨단다. 만의 하나 우리가 버스 출발시간까지 못오면 버스를 잡고 계실 각오였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인포메이션의 벤치에 앉아 있으려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앞치마를 하나 씩 두르신 모습으로 마실을 나오셨는지 한 두 명씩 모여든다. 우리가 버스로 후키야에 왔다고 하니 놀라시면서 대견하다고 하신다. (아무도 그렇게 오지 않는 모양이다 ^^;) 저 멀리 버스의 모습이 보이는 동시에 친구가 한 손에 비닐 봉투를 들고 마구 뛰어 오는 모습이 보인다. 늦을 것 같아서 종점에서 안타고 그냥 뛰어 왔단다.
인포메이션 아주머니와 동네분들과 작별 인사를 하며 무사히 차에 올랐다.
막판 스퍼트로 완전 기진 맥진 한 우리는 덕분에 점심도 굶은 탓에 친구가 사온 설탕에 절인 밤 조림으로
칼로리를 대신하고 완전 퍼져서 잤다. 다카하시에는 언제 도착했는지도 모를 정도.
다카하시를 구경했던 친구는 쿠라시키를 다시 들렀다가 온다고 하고 우린 숙소로 바로 돌아왔다.

다카하시역, 원래 이름은 비츄다카하시. 이 지방의 옛 명칭이 비츄지방이다.
저녁은 어제 봐둔 라멘집. 줄을 길게 늘어 서 있어서 유명한가 하고 들어간 건데 정말 맛있었다.
[ 다카라 라멘]이라는 곳이었는데 국물은 돈코츠에 가까운데 그렇게 진하지도 않고 시원하면서도 고소하다. 돈코츠가 느끼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 깔끔한 육수의 맛. 하지만 고기육수 고유의 진한 뒷 맛이 살아있는 게 아주 예술이었다. 함께 시킨 교자는 육즙이 줄줄 흐르는 데 이건 뭐...
다들 만족한 모습. 간식으로 Pastel의 푸딩을 샀다.

라멘집 다카라야

내부

우리가 시킨 다카라라멘 650엔

홍대앞의 유명한 하카타분코의 인라멘과 비슷한 국물이지만 깊고 느끼하지 않은 맛? 오카야마 한 켠에서 이런 맛있는 라멘가게를 발견할 줄이야.
오늘 새로 옮긴 숙소인 Green Hotel은 4명이 쓸 수 있는 투 세미더블베드에다 다다미가 있는 특이한 구조.
시설이 깔끔해서 좋다. 간단하나마 조식도 제공된다고 한다. TV에선 애들 심부름 시키는 몰래카메라 같은
프로를 하고 있다. 스마스마를 보면서 역 안 수퍼에서 사온 오카야마산 복숭아와 포도를 먹었다.
포도는 별로 맛있는 줄 모르겠는데 복숭아는 그야말로 예술. 둘이서 한 개를 나눠먹기로 했는데
껍질을 한 풀 벗겨 한 입 베어무니 육즙이 뚝뚝 떨어진다 (이건 아까 교자에도 쓴 표현이지만 어쩔 수 없이 ㅠ_ㅠ ) 오우 아이 러브 오카야마모모. Pastel에서 사온 푸딩도 맛있고 맛있는 거 한 입 베어무는 걸로 오늘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다들 오랜만에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시코쿠의 고치행이다.

새 숙소 Green Hotel

이쪽은 다다미 부분

오카야마산 복숭아. 츄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