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소년 2권 / Takako Shimura / 학산문화사


같은 작가인 시무라 타카코의 [섹시가이]라는 작품을 아주 아주 먼 옛날..(?) 읽은 기억이 난다. 제목은 야시꾸리한 [섹시가이]였지만 (원제인 敷居の住人와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는 국내판 네이밍 센스) 소년의 성장만화 스타일의 만화였던걸로 기억한다 (내용은 대체로 거의 기억 안남, 책도 집에 내려가 있어서 지금 확인 불가 -_-;). 이 작품 역시 조금 나이대를 낮춘 초딩 소년의 성장에 관한 고민을 다룬 만화인데 그 고민이라는 것이 좀 특별하다. 요즘 하리수의 결혼 이야기 덕분에 더욱 트렌스젠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데 이 만화 주인공인 슈이치 역시 그런 종류의 고민을 막 하기 시작한 귀여운 소년이다. 뭐 그런다고 본격적인 성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수준은 아니고 그저 여장을 하는 걸 즐기는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실 만화를 읽기 시작하면서 전혀 그런 이야기일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방랑소년이라는 제목에서 조금 눈치를 챌 수도 있었겠지만 예전보다 더 귀엽고 동글 동글해진 부드러운 그림체의 만화에서 그런 심각하다면 심각할 수 있는 성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리라곤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것이다. 이런 종류의 주제를 다룬 몇몇 비슷한 만화를 본 적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너무 심각하거나 아니면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표현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살짝 이야기의 주제가 드러나기 시작할 즈음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소년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라..어떤 식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이야기가 어두워질까..

하지만 나의 노파심은 이야기를 좀 더 읽어 나가면서 구름 걷히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말 그저 누구나 그 나이에 할 법한 성장통 같은 덤덤한 일상의 이야기로 풀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현실적으로는 있기 어려운..같은반에 그것도 남, 녀 둘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가 나온다. 하지만 이야기는 전혀 부담감 없이 전해져오고 주인공인 슈이치의 귀여움이 그 모든 부분을 다 마무리해가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소년은 여장을 좋아하기 시작한 자신을 고민하며 자신의 그런 성벽을 친구에게 들키기도 하고 가족에게 들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일련의 사건 속에서도 전혀 어두움은 보이지 않는다. 이 작가의 작풍이라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야기가 두서없이 보이는 듯 하면서도 은근하게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매력이 있다. 이런 저런 굉장한 이야기들이 어느새 현실속에 녹아내리면서 동화되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른다. 소년은 울기도 하지만 어느새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좀 더 앞의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시작한다.

슈이치 주변의 모든 이들이 그를 응원하며 도와준다. 적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언제 나쁜 인물이 나타나 슈이치가 정말로 괴로워할까 하는 것을 걱정하며 두근 두근 했지만...결국 이 만화는 그런 스타일의 만화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직 2권까지 나오지 않은 만화책의 앞 이야기를 예상하는 것도 무리는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이렇게 무리없이 그의 방랑은 끝이 날 것만 같다.

정말로 끝이 보이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현실적 문제로 고통받지 않는 만화가 좋다.
그런 의미에서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귀여움을 유지하는 이 만화는 맘에 든다.
여튼 결론은 살짝 부끄럼 빗금을 내보이는 초딩 방랑소년 슈이치는 너무 귀엽다는 것.
그걸로 모든 건 오케이.

ps. 시무라 타카코의 작품으로는 [青い花 : 푸른꽃] 이라는 여자아이들의 동성애를 다룬 쪽이 더 유명한 듯 한데, [放浪息子 : 방랑소년]과 비슷한 내용으로 [ ぼくは、おんなのこ : 나는 여자아이]라는 단편도 있다.



2007/03/03 23:50 2007/03/03 23:50
Posted by 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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