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 야나카 / 겟코진미루쿠홀 / 2006
홍대앞에 24시간 오픈 하는 카페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가 커피와 함께 프레첼을 파는 가게였다. 전에 좋아해서 자주 찾던 대학로의 프레첼가 가게 없어진 이후 어디에서도 갓 구워 낸 프레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 꽤나 아쉬워 했는데 그냥 커피 전문점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프레첼을 팔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곳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그 때는 시간이 없어 1시간 정도 있다가 나와야 했지만 다음에 들렀을 때는 꼭 24시간 오픈을 만끽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프레첼 이야기는 왜 한건감? 뭐, 다음엔 프레첼 이야기를 해 볼지도 모르겠다..)
종로에서 학원 수업이 끝난 후 반디앤루니스랑 교보문고에 들렀더니 일서중 일부를 20% 할인을 하고 있었다. 가격이 비싸서 못샀던 몇권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왠지 이 책들을 내 방에서 펼쳐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카페라도 들러서 차한잔 하며 느긋하게 보고 싶었다. 하지만 벌써 10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각이라 왠만한 커피전문점은 11시면 문을 닫을 준비를 한다. 그러던 중에 24시간 오픈 카페를 떠올렸다. 그래..오늘이야 말로 거길 가보자!
사실 이번에 먹었던 프레첼은 별로 맛이 없었다. 예전에 대학로의 프레첼 가게에서 먹었을 때의 그 맛이 너무도 강렬했던 탓인지... 양은 많으나 기름기가 너무 많았다. 3분의 1은 못먹고 버렸던 기억이나서 오늘은 그냥 차만 한 잔 마시기로 했다.
2층 창가자리에 앉아 주문한 차이라테를 마시며 사온 잡지 포장을 뜯는 의식(?)을 거행했다. 새 책의 비닐을 처음 뜯는 행위는 그 책을 산 주인만이 행할 수 있는 신성한 것이다. (by 박군) 오늘은 좋아하는 잡지의 과월호가 우연히 다시 들어 온걸 운좋게 발견하고 20% 할인까지 해서 구할 수 있어 더욱 들떠 있었다. 1년에 2번밖에 안 나오는 잡지라 과월호를 구하는 건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오늘 산 책 모두가 다 맘에 드는 책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라테 거품을 입가에 묻혀가며 오늘 만난 새 책들과 마주하는 행복한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
사온 잡지를 흩어 본 후 몇 일 동안 시간이 없어서 가방 속에만 넣어 뒀던 연애소설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말 그대로 연애 소설이다. 일본에서 [휴대폰 문고]로 엄청난 다운 로드 수를 자랑했다는 [나이토 미카] 라는 작가의 [러브링크]라는 책이었다. 연애 만화는 몰라도 연애 소설에는 별 관심이 없는 내가 이 책을 굳이 사볼 생각을 했던 이유는 바로 작가인 [나이토 미카]가 직접 방송을 하는 Podcast를 통해 낭독해주는 [러브링크]를 들은 후 였다. 낭낭한 목소리의 여자가 읽어주는 소설은 총 11편이었는데...왠지 '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물론 아주 중요한 부분에서 끊어버리고는 ' 그 다음은 사보세요~' 라고 하는 상술에 놀아 난 것일지도 모르지만. 다행히도 국내에 딱 한권 [나이토 미카]의 소설이 번역되어 나와 있는게 바로 [러브링크]였다.
그러나..책을 읽고난 후의 감상은 그냥 낭독으로 읽어주는 것을 듣는 걸로 끝냈으면 더 좋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낭독으로 읽은 [러브링크]는 극 전개상 중요한 부분에서 딱 끝을 낸다. 그 뒤로 그 둘은 어떻게 될까? 이 캐릭터는 이런 사람일거야.. 저런 사람 일거야..상상했던 부분이 소설을 읽으면서 허물어져갔다. 작가는 도대체 뭘 의도한 것이었을까...낭독으로 읽어 준 부분까지로 이 소설은 딱 내 취향이었다. 아쉽게 책을 덮으며 '이 작가는 단편이 더 낫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 그녀의 책은 일본에서 그렇게도 팔리고 있다고 하는데도 우리나라엔 원서마저 한 권도 들어와 있지 않더라. 아님 소리로 들어서 그 소설은 더욱 내 가슴에 와 닿았을런지도 모른다.
내 감성은 소리>그림>글의 순으로 반응하는 모양이다. 아쉽게 책 하나 날렸다는 기분.
책 한권을 다 읽고 나니 밤 12시를 넘어 가는 시간이 되었다. 왠지 12시를 넘기니 그야 말로 24시간 카페의 맛있는 부분을 제대로 맛 본 기분이 든다. 24시간 오픈이니 이대로 계속 카페의 문은 열려 있겠지만. 2층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줄어 들기 시작한다. 나도 슬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다. 언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책이 읽고 싶어 지면 여길 다시 찾아 와야지. 간만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카페 의자에 깊숙이 앉아 본 하루였다.
아, 참고로 그 24시간 문을 연다는 곳은 서교호텔 바로 옆에 있는 [탐앤탐스 TOM N TOMS]라는 커피 전문점이다. (옛날 [피자헛] 자리, 지금의 [오무토토마토] 바로 옆의 옆건물 정도 되나?)
주절 주절...또 길게 쓰고 말았다...
왠지 재미들릴 것 같구만..-_-
p.s. 홍대역 입구 파스쿠치가 공사에 들어갔다. 리뉴얼을 한다고는 하는데..빵을 굽겠다니 파리바게트로 바뀌는 것인가? 아님 1층은 파리바게트 2층은 파스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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