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감을 끝내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삼청동으로 향했다. 전시 마지막날을 하루 앞 둔 2da전을 보러 몇일을 벼르다 나선 것이다. 아침엔 흐렸으나 삼청동에 도착할때 즈음 해서는 햇볕이 비치는 봄날씨로 바뀌어 있었다.
2da의 전시회는 명동 전시회를 보고 biim에서 열렸던 작은 연합전을 하나 보고 이번이 세번째였는데 이번 전시회에는 특히 그녀가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는 다이어리의 실물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삼청동 갤러리 Biim은 작지만 계단으로 오르는 작은 2층이 있는, 구조가 재밌는 전시장으로 갤러리라는 부담감 없이 홀가분한 기분으로 둘러볼 수 있는 맘에 드는 장소였다. 입구에는 2da가 직접 제작한 목각 인형이 전시되어 있었고 엽서를 팔고 있었다. (작가가 전시회장 사진을 찍는 걸 허용하고 있는 분위기라 사진을 찍었음)

다이어리에 그린 페이지를 나무 패널에 옮겨 그린 작업이 전시되어 있었고 2층으로 올라 가면 다이어리를 볼 수 있게 벽에 걸어 놓은 게 보였다. 2002년부터 해서 총 4권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실물의 그림을 볼 수 있어 좋긴 했지만 찢어진 페이지나 물에 번진 페이지등이 간간히 눈에 띄고 있어서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내 하나 밖에 없는 다이어리를 저렇게 전시할 용기가 없다. 그런 면에선 부럽다고 해야 할지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그래도 남의 일기를 훔쳐 보는 맛은 정말 쏠쏠하다.






그녀의 다이어리를 보며 누구나 일기에 쓰는 내용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비슷 비슷한 일에 감동하고 놀라고 자극 받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왠지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표현의 방법이 틀릴 뿐이지 사람들은 다들 같은 감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양이다.

한 시간여를 들여 4권의 다이어리를 꼼꼼히 읽었다. 중간에 누드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상당히 웃으며 봤다. 나 역시 비슷한 '발레리나 누드 모델'의 에피소드가 있었기에 더욱 재밌었다. 재밌는 전시가 모토라는 2da의 전시는 역시 상당한 만족도를 준다.
1층의 구석에서 요즘 빠져 있다는 인형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2da씨를 곁눈질로 슬쩍 보고 전시장을 빠져 나왔다. (홈에 올라있는 인형 실물도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점심시간이 벌써 지난 때라 뭔가 먹을까 하다가 갤러리 근처에 있는 Cook'n Heim으로 갔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은 수제 햄버거를 파는 가게였는데 가정집을 개조한 가게 분위기가 맘에 들어 언젠가 가봐야지 했던 곳이었다. 들어가 봤더니 생각했던 것 보다는 좀 고급스런 느낌의 가게여서 조금 아쉽..(좀 더 캐주얼한 카페테리아 분위기로 생각했었것만..)
중정의 꽃들이 예쁜 가게였는데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를 보니 가격대가 상당하다. 역시 삼청동..그중 제일 싼 뉴욕버거와 콜라를 시켰다.



맛은 그냥 그랬다. 영철버거랑 가격대비 맛의 차이를 모르겠음...여튼..간만에 따뜻한 봄 볕 아래에서 여유있게 식사하는 시간을 가지는 걸로 만족.
식후의 커피는 건너편의 북카페로 결정. 지난 번 갤러리 biim의 전시회를 보러 왔을 때 봐 뒀던 북카페였는데 오늘에야 가보게 되었다. 날씨가 따뜻해 야외 테라스석도 꽤 운치있었을텐데 아쉽게도 흡연자들이 이미 장악을 하고 있었다. 책꽂이 아래의 카운터 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카페라테를 한 잔 주문한다. 손때 묻은 듯 느껴지는 질감의 나무 테이블 위에는 색연필이 꽂혀있고 예쁜 스탬프가 찍힌 메모지가 나란히 놓여있다. 커피잔이 그려진 종이 한장에 슥슥 낙서를 해서 수첩에다 붙여 본다.





다들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분위기가 맘에 든다. 북카페라고 해서 가봐도 다들 수다를 떠는 커플이거나 잡담을 나누는 손님들이 대부분인거에 비해 북카페 느낌이 스며드는 맘에 드는 곳이다. 가져온 책을 읽으며 커피 향내 나는 카페 구석에서 긁적 긁적 낙서를 해본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진정한 여유인가. 할일없이 일상에 옭죄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의 하루 하루를 보내다가 탈출한 느낌을 만끽하며 북카페에서 하루의 피로가 씻겨 가는 중.
Olympus XA / Kodak Colorplus 200
Yashica Electro 35 GTN / Kodak Colorplus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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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 2007/04/25 21:56 Modify/Delete Reply Address
햄버거 좋아하신다면 스모키 살롱 아실지도... 이태원 해밀튼 호텔 뒷 골목에 있는데 진짜 맛있는 햄버거를 맛볼수 있는 곳이죠.
박군 2007/04/26 01:47 Modify/Delete Address
스모키 살롱이라..이태원쪽은 잘 안가봐서 모릅니다만 갈일이 있으면 한번 들러보고 싶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맛있는 햄버거...스읍~^^
김씨 2007/05/08 10:30 Modify/Delete Reply Address
쿡하임은 사실 분위기도 별로고, 서비스와 오는 손님의 분위기도 별로예요. 건너편 북카페는 갈때마다 눈도장만 찍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모양이군요. 저도 언젠가 가서 책읽고 싶어요.(하지만 너무 멀다.. ㅜㅜ)
박군 2007/05/08 23:00 Modify/Delete Address
맞아요. 비싸기만 하고 맛도 그저 그랬고 혼자 가서 편안하게 있을 분위긴 아니더라구요 커플이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