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30분 정각에 버스 센터 문이 열리고 7시 20분 버스표를 8시 40분표로 바꾸었다.
3열 좌석에 뒤로 완전히 젖혀지는 편안한 자리라서 고치까지 2시간 30분 동안 푹 잘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눈 떠서 사진찍다가 다시 자다가를 반복, 드디어 고치에 도착했다.

오카야마에서 시코쿠로 넘어가는 세토대교와 세토나이카이해협
고치는 시코쿠 지방에서 가장 아랫쪽에 있는 현으로 태평양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도시.
도사 라는 지명으로도 유명해서 이곳의 명물이 바로 도사견이다. 도사에는 닭고기도 유명하고 물론 해산물이
풍부해서 여러가지 해물 요리를 싸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온 목적 중 하나가 바로 그 것.
고치역에에서 내려 버스 운전사에게 돌아갈 때 몇번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야 되냐고 물으니 9번이란다.
잘 외워 둬야지. 일본 태풍이 오키나와에서 고치쪽을 향해 진행하고 있대서 살짝 걱정이다.
그래서 비가 올 줄 알았더니 비는 안오는데 공기가 습하고 덥다. 역시 남쪽지방. 가로수들도 제주도 처럼
소철같은 따뜻한 지방에 사는 나무들이 눈에 띈다. 역사를 새로 지었는지 번드르한 고치 역안 인포메이션에 들러
지도랑 이런 저런 관광자료들을 받아 챙겨서 예약해둔 호텔로 향했다.

우리가 타고온 고치행 고속버스

고치역

역에서 우리를 맞아준 호빵맨과 친구들..고치에는 호빵맨 뮤지엄이 있다.

가로수가 거의 하와이 수준...
역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타운호텔. 4명이 쓰는 다다미방이 1인당 2500엔으로 파격적 가격.
여긴 고맙게도 참 물가가 싸다. 체크인 시간 전이라 로비에 짐을 맡기고 근처에 밥먹을 곳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밥을 먹으러 갔다. 동네 아저씨들이 자주 올 것 같은 작은 식당. 그날의 정식을 시켰다. 튀긴 두부랑 밥, 된장국,
계란말이의 정식인데 기대하지 않은 것 치곤 맛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말곤 다 아저씨 아줌마.^^

내가 시킨 아게도후(튀긴두부) 정식

친구가 시킨 아나고 초밥

우리가 밥 먹은 도사(土左)요리 전문점 마츠미

고치 시내에는 노면전차가 다니는데 여러 디자인의 차량들이 보인다. 이건 고치의 명물 호빵맨 전차.

코카콜라 전차도 보인다.

호빵맨 뮤지엄 근처에 있는 그림책 미술관 선전용 전차.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강옆에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graffiti 라는 아트샵이 있어 체크를 해뒀었다. 부른 배도 꺼트릴 겸 그쪽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하고 동네 구경을 나섰다. 꽤 거리가 있었는데 가보니 3개정도의 큰 창고가 붙어 있는 건물이 있고 각각의 건물마다 사진관,미용실,아트샵,연극극장등이 들어 있는 곳이었다.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휴무.

창고를 개조한 가게들..

graffiti는 문을 닫았네 그려...
그래서 다시 숙소 근처의 잡화점을 구경했는데 미리 찾아보고 체크해 온 곳들은 다 오늘 문을 닫는 날인 모양.
갑자기 날씨마저 화창하게 개는 바람에 햇살이 뜨거울 정도다.

간판이 예쁜 가게..여기도 오늘은 휴일.

근처의 잡화점 주인이 소개해 준 여행관련 소품가게였는데 여기도 휴일 -_-
아까 오다가 본 케익파는 카페가 좋아 보여서 거기로 들어가기로 했다.
바움쿠엔 전문점으로 모던한 분위기에 점심메뉴도 있고 가격대비 성능비가 꽤 좋은 가게였다. 다음엔 여기서
먹어보자고 다들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나는 커피 젤리를 시켰다. 이 고장 출신의 화가가 그린 그림책을
전시하고 있어서 재밌게 구경을 했다. 다른 친구들은 거기서 좀 더 시간을 보낸다고 하길래 나는 옆 동네의
그림책 서점을 들러보고 싶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들어간 카페 [HARVEST] 바움쿠엔이란 저 그림에서 보이는 동그런 자동차 바퀴 처럼 생긴 롤케잌을 말한다.

가게 한 편에서 그림책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바움쿠엔 케잌 세트

고치 시내 지하보도에 그려진 벽화

여기도 휴일인 잡화점

텐구 가면이 인상적이었던 안경점
고치에서 두정거장 떨어진 엔교지(円行寺) 라는 도시에 있는 [곳고상]이라는 그림책 서점인데 기차로 4분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이었다. 서점 자체는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는데 가는 길이 너무 복잡해서 서점에서 이정표라고 만들어
놓은 그림표시를 따라서 모험하듯 찾아가야 했다. 골목 골목을 빙글 빙글 돌다가 겨우 찾은 곳은
나무로 만들어진 톰소여의 통나무집 같은 예쁜 서점. 주택가 골목 안에 숨어있듯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신 역사인 고치 역 내부, 모던하다.

이런 이정표를 따라 간다..

여기가 그림책 서점 [곳고상]
1층에서 신발을 벗고 통나무 계단을 오르니 귀여운 인형들이 바글 바글 전시된 공간과 함께
서점이 나타났다. 서점 안에 카페가 있길래 날씨가 너무 더워 아이스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잠시 곤란해 하던 주인이 커피가 떨어졌으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커피를 사러 나가는 게 아닌가.
아니..안그러셔도 되는데..라고 붙잡을 새도 없이 나가버렸다. 할 수 없이 그동안 서점 구경을 하기로 했다.
책을 보고 있는데 어떤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들어오시더니 손녀딸이 노래를 좋아한다며 소리를 테마로 한 그림책을 하나 추천해달라고 점원에게 부탁을 했다. 나이와 성별을 묻더니 이런 저런 책을 꺼내서 소개를 해준다.
그러면서 자기가 직접 소리를 내어 한 권 한 권 읽어보이더라. 책 읽는 게 어찌나 능숙하던지 역시 프로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과 표정까지 더해서 의성어 의태어가 듬뿍 담긴 책을 재밌게 읽기 시작했다.
할머니에게 이런 식으로 읽어 주면 된다며 예를 들어 보여주는 것 같다. 몇 권을 고르더니 만족스러워 하며
계산을 하고 책은 서점에서 바로 손녀쪽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한다고 한다. 책을 부탁하고 추천해주는
모습을 보니 참 부러운 모습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스 커피가 도착하고 테이블에 앉아 아까 고른 책 몇개를 보며 커피를 마셨다.

나무 계단.

카페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커피와 함께 잠시 휴식의 시간...

가게 내부..말도 않고 찍었는데 괜찮으려나^^;
고치에는 일요일마다 [일요시장] 이라는 재래 시장이 열리는데
이때 600점포 정도의 가게들이 모이는 전국 적으로 큰 규모로 유명한 시장이다.
그 [일요시장]을 테마로 한 그림책이 있다는 걸 들었길래 그 책을 찾아봐 달라고 했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예약을 하면 나중에 찾아서 보내주겠다고 하는데 외국 여행자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없는 일.
쿠라시키에서 본 그 그림책도 찾아 봤지만 이 서점엔 없었다. 아마 그 동네에서만 찾을 수 있는 책이었으리라.
그때 사지 못했던 걸 살짝 후회했다. 아쉽지만 다른 걸로 몇 권의 책을 골라 계산하고 가게를 나왔다.

가게 입구에 장식된 인형들

가게 입구 바닥에 그려진 낙서. 그림 그린 본인이 찍은 것으로 보이는 손도장이 귀엽다.
역으로 돌아가 보니 아까 올 땐 몰랐는데 고치 역으로 돌아가는 기차편이 30분당 1대 밖에 없었다.
이 역은 왕복을 하나의 선로로 이용하는 특이한 구조의 역이었는데
1시간에 상행선 한대와 하행선 한대 이런식으로 시간대 별로 다르게 운행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막 도착한 시각이 고치로 가는 상행선이 지나가고 고치에서 오는 하행선이 곧 도착할 시간이었기에
고치로 들어가는 상행선을 타려면 다시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간표를 제대로 봐두는 건데
무인 플랫폼에서 아까 산 책을 보며 30분을 넘게 기다렸다가 다음 기차를 탔다. 열차에 타려고 하니
차장이 기차에서 내려서 일일이 표 검사를 하고 다시 기차를 운행하는 시스템이었다.

무인역인 엔교지역. 진짜 아무도 없다.

고치역에서 만난 호빵맨 열차. 고치의 어딜가도 만날 수 있는 호빵맨.
겨우 고치역에 도착해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고치성을 구경하고 시내에서 쇼핑중이란다.
중간에서 만나 잡화숍을 돌며 잠시 쇼핑을 했다. 가게 점원에게 근처에서 맛있는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근처의 가츠오 다다키 전문점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이벤트 중이라며 3000엔 이상 구입한 사람에겐
190엔 짜리 전철과 전차,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주더라. 고맙게 챙겼다.

고치 시내 상점가에 있는 고래 조각. 뭔가 고치스럽다. 고치는 고래고기도 유명함.
[어부요리 - 미요진마루]라는 이름의 작지만 모던하고 깔끔한 느낌의 이자카야였는데 가츠오 다다키가
전문. 가츠오 다다키는 가다랭이 회를 겉만 살짝 짚 불에 그을린 회로 고치의 명물 중 하나.
주로 붉은 살 생선을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자칫 비릴 법한 회가 겉을 살짝 구운 걸로 고소함이 배가되어
환상적인 맛을 자아낸다고 한다. 메뉴에서 '타래' 라는 일본식 양념간장을 끼얹은 것과 소금을 뿌린
두가지 종류의 다다키 정식이 있어서 하나씩 시키고 사시미 모듬과 다다키 모듬 그리고 꽁치 다다키 초밥을
시켰다. 정식도 900엔대의 수준에 대부분의 단품 요리가 1000엔을 넘지않고 모듬회마저 1000엔대였다.
내가 홀딱 반한 건 바로 고등어 다다키 초밥이었는데 가츠오보다 고등어쪽이 다다키로 구우면
껍질의 지방이 아주 고소하게 구워진 상태가 되면서 살이 부드럽게 녹듯이 넘어간다.
정말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의 맛이었다. 다들 너무나 만족한 모습.
이렇게 먹고 1인당 1350엔씩...고치..알럽유~~
모두들 만만찮은 교통비에 거리까지 먼 고치까지 일부러 온 보람을 찾았다는 표정이다.

가게 앞. 저 옆에 보이는 쇼윈도우에서 다다키를 굽는 불쑈가 벌어진다.

타래 가츠오 다다키 정식 (980엔) 사진이 안습이나 맛있었음!!

모듬 회 (1380엔)

흔들려 아쉬운 시오 가츠오 다다키 (소금뿌린 것)

이것이 환상의 산마 (꽁치) 다다키. 껍질에서 흐르는 기름이 예술!!!! (780엔)

다다키 모듬.(1380엔) 저 붉은 껍질 생선도 예술임. 이름이 뭐였지...
만족스럽게 배를 불린 후 나머지들은 근처 상가 구경을 떠나고 친구 한명과 나는 아까 받은 공짜 티켓으로
일부러 전차를 타고 고치역 근처 북오프로 갔다. 옛날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전차 내부가 분위기 있었다.

초창기 모습 그대로 쓰고 있다는 고치의 노면 전차.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꽤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터라 시간 보낼겸 구경을 하고 책도 몇권 샀다.
숙소로 돌아오니 먼저 돌아 온 친구들이 체크인을 마친 상태.TV에선 리먼브러더스의 부도 관련 뉴스가
흘러 나오고 있다. 전세계 주가가 폭락했단다. 환율도 요동을 치겠군.
여행지에 와서 세계경제 걱정을 해야 하는 우리.

잠들기 전 호박 몽블랑으로 입가심을 하고...
다음날 일기에 계속...
Leave your greetings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