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6일 / 롯데시네마 신림 / 오후 3시
롯데시네마에서 요시다 슈이치 강연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응모를 했는데 운좋게 당첨되었다. 사실 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한 권도 읽은 적이 없어 살짝 양심에 찔리긴 했지만 강연회에 참가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자주 듣는 일본쪽 포드캐스트 방송에 요시다 슈이치가 출연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의 신작 [악인]을 주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 얘기 중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보통의 일본 작가와는 달리 어린시절 그다지 문학소년도 아니었고 공대 출신의 남자라는 이력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섬세하게 여성의 감정을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다는 이야기였다. 독서광 출신이 아닌 소설가라..흥미가 동하는 순간이었다. 여튼 흥미로 응모한 강연회도 당첨되고 했는데 책 한권 읽지 않고 갈 수는 없어서 부랴부랴 그의 책 중 그나마 신간이며 그리 두껍지 않은 [사요나라 사요나라] 한 권을 사서 강연회 전까지 읽어 보기로 했다. (역시나 다 읽지 못하고 갔지만..)
꽤 줄을 빨리 서서 1착으로 표를 받아 앞자리를 받을 수 있었다. 경품 응모가 있었는데 강연회 로고가 박힌 어정쩡한 디자인의 양말이 당첨됐다. 같이 간 친구는 [사요나라 사요나라] 책이 당첨됐다. 살짝 벗겨진 머리에 안경낀 섬세남 처럼 생긴 요시다 슈이치가 강연회 장으로 들어왔다. 살짝 긴장한 듯 관중들을 살피는 모습. [사요나라 사요나라] 의 번역자의 진행으로 강연회가 시작됐다.
- 이후는 강연회 내용을 수기로 받아 적은 것임.
진행자 : 퍼레이드를 읽고 요시다씨를 좋아하게 되었다. 운좋게 직접 번역을 할 기회를 얻게되었고 오늘 이자리에 서게 되었다. 5월에 도서전에 오시는 걸로 사전 예약이 되어 있었는데 바쁜 시간을 내주셔서 영광이다. 사람의 인연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몇 년동안 책으로 뵙던 분을 지난 4월말에 처음으로 만나 뵙고 인연의 신기함을 알게되었다. 여러분도 첫만남이 되실텐데 그래서 이번엔 만남을 주제로 질문을 드려보겠다.
진행자 : 요시다씨가 처음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 좋아하는 작가나 영향을 받은 인물, 감명받은 책등 소설가가 되게 된 만남이 있었다면?요시다 - 소설가가 되기 전엔 여러 작가의 작품을 읽어왔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단편을 좋아하고 근대시가 좋아서 고교시절에 읽어 왔던것이 영향을 미쳐 지금의 내가 만들어 진 것 같다.
진행자 : 저도 한가지 개인적으로 질문을 드리고 싶다. 시를 좋아하셨다는데 장면 묘사나 심리묘사등이 시의 영향이 있다고 봐야 할까? 요시다 : 시와 소설은 완전히 다르다.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있다. 나는 시를 못쓰는 사람이지만 좋아했기에 내 소설 안에서 시를 느끼셨다면 아마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진행자 : 소설속에서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인 만남을 다루고 있지만 그속에 어렵게 포착해서 만들어내는 메시지가 있다. [파크라이프]에서 주인공이 전차 안에서 장기의식 광고를 보다가 여자랑 만나는 장면, [동경만경]에서 만남 사이트를 통해 알게된 여자랑 하네다 공항의 모노레일을 타러 가는데 그런 소재를 어떻게 포착하시는지?요시다 : [파크라이프]와 [동경만경]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걸 지금 말씀하시는 걸 듣고 처음 느꼈다. 소재를 일부러 찾아 다니지는 않는다. 전철을 타고 밖을 보는 걸 좋아한다. 숙소에서 여기로 오면서 전철을 타고 오는데 서있는 사람을 쳐다 본다든지 하면서 소재를 찾거나 한다. 일부러 밖으러 나가거나 하진 않는다.
진행자 : 호메로스 같은 작가들을 보면 뮤즈 같은 여신이 영감을 줘서 그걸 자신은 글로 전달할 뿐이다 라고 했는데 요시다씨를 보면 전철안의 사람들을 보고 그걸 소설로 승화하신다 던제 하는것이 남달리 빠른 것 같은데 본인이 그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시다 : 일본에선 그런 경우 [신이 내렸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나는 전혀 신이 내린 적이 없다. (웃음)
진행자 : [악인]이나 [사요나라 사요나라] 를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오고 선악의 기준이 바뀌는 설정이 나오는데 도덕적인 문제를 바꾸는 설정등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기술은 무엇인가?
요시다 : 범죄를 저지른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저지른 사건이라는 시점에서 쓰기때문에 다른 소설과는 틀릴지도 모르겠다. 범죄도 연애도 그런것같다. 인간에 대해 그릴 뿐이다.
진행자 : [사요나라 사요나라] 의 인터뷰 때 소설을 쓰기전에 특정한 장소를 떠올린다고 하셨는데 소설속의 공간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요시다 : 장소를 등장인물의 하나로 쓴다. 방두개짜리 집도 하나의 등장인물이다. 그곳에 있는 사삶에 의해 장소도 변하고 성장한다는 의미에서 등장인물과 마찬가지로 취급해서 그리고 있다.
진행자 : [파크라이프], [퍼레이드], [동경만경]. [사요나라 사요나라] 의 결말이 반전되거나 오픈엔딩인데 거기에 대한 의도가 있었나? 열린 결말이 대부분 희망적인 메시지를 암시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작가의 가치관과 세계관과 연관이 있나? 요시다 : 일본에선 의외로 Bad ending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 취급된다. 한국 소설은 Bad ending이 많은 편인가? 소설을 끝낼 때 문제의 답을 제시하지 않는게 많다. 솔직히 나 조차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는 척 하기 싫기 때문인 이유가 많다. (웃음)
진행자 : 번역하면서 느끼는게 창작하는 사람의 대단함이다. 한편으로 열등감도 느낀다. 고도의 집중력과 노력을 요하는 작업인데 시간 관리와 자기 관리의 노하우가 있다면? 몰입 후의 릴렉스 방법등 재충전 방법이 있다면?요시다 : 내 자신은 소설가에 맞는 성격이다. 혼자 하루종일 집에 있어도 괜찮기 때문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만큼 힘들지 않다. 그래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편집자랑 함께 술을 마시거나 사우나를 가거나 수영을 하거나 한다.
진행자 : 요시다씨 작품이 독자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일반적인 사람의 관계, 진실된 모습의 표현을 일상속에서 뽑아내 전달하기 때문인데 그걸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요시다 : 일상적인 에피소드가 겹치고 겹쳐서 쓰는게 소설이다. 그걸 그리는 것이 테마이기도 하고 일상을 쌓아가면서 인간을 그리고 싶기 때문이다. 너무 거창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다는 것이 여러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진행자 : 일본에서도 사랑을 받으시지만 한국팬도 많은데 짧은 감상이나 이미지가 있다면?요시다 :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이후 미리 받은 독자질문서를 읽는 코너
질문 : 특별히 아끼는 영화나 음악이 있다면? 요시다 : 영화는 좋아해서 여러가지를 보는 편인데 일본에서라면 한국영화를 추천한다.
한국 분들에겐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영화를 추천한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에 가까운 풍으로 남녀의 멜로물을 품위있고 잘 만드는 감독이다. 기회 있으면 보셨으면 한다.
질문 : 작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시다 : 내 자신이 소설가가 된 것도 노력 보다는 운이랄까, 충고를 하자면 노력하라는 말 보다는 운을 가져라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겠다.
진행자 : 문학 신인상으로 데뷔했지만 이전에 몇 번 떨어지신적도 있다고 한다. 질문 :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한국 배경의 소설을 쓰실 생각은 없으신지?요시다 : 꼭 쓰고 싶다. 이번 방문도 그런 이유로 자료 수집차 좀 길어질 예정이다.
질문 : 작가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요시다 : 내 사신은 누군가 나를 소중하게 여겨줄 때 인간적인 행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질문 : 소설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요시다 : 여러가지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악인]에서 이시바시 요시노를 죽이고 말았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와는 다른 의미로 남아있다.
질문 :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을 구상중인가?요시다 : 한국에 대한 단편소설을 구상하고 있는데 솔직히 답하자면 장편은 아무 것도 없다.
질문 : 좋아하는 여성상이 있다면?요시다 : 함께 있을 때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는 여성과 같이 있고 싶다.
질문 : 소설가가 된 이유는?요시다 : 계기는 없다. 중학교때 나중에 소설가가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전혀 그걸 위해 뭔가를 한 적은 없다가 24살 쯤에 [워터]를 썼다.
질문 :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의 묘사가 실감 나는 데 글미이나 사진을 배운 것인가?요시다 : 사진을 배운 적도 그림을 그리지도 찍지도 못하지만 사진을 보는 건 좋아해서 한국에서도 작은 갤러리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그곳에 사진전을 보러가고 싶다.
질문 : [워터]를 직접 영화로 찍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다른 작품을 직접 찍고 싶은게 있으신지?요시다 : 영화를 찍긴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 찍는 다면 다른 분게 맡기고 싶다.
질문 : 영화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시다 : 몇가지 영상화 이야기가 오가는 작품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퍼레이드] 같은 작품을 한국 배우나 배경으로 찍어주면 좋을 것 같다.
질문 :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요시다 : 가을에 신작이 나올 예정인데 읽어달라. 제목은 [요코미치 요노스케]다.
질문 : 남성 작가면서 여성 심리를 잘 묘사하시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쓰시는 지?요시다 : 자주 받는 질문인데 잘 모르는 건 쓰지 않는다. 여성은 이렇게 하겠거니 하고 생각해서 쓰진 않는다.
질문 : 작품 제목이 심플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제목은 어떻게 정하시는지?요시다 : [퍼레이드]는 끝까지 정하기 힘들었고 [동경만경]은 처음부터 정하고 시작했다. 그냥 갑자기 휙 하고 떠오르는 편이다.
질문 : 일본 소설이 많이 소개가 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일본작가로 소개되지 않은 작가 중 추천하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요시다 : 12년전 내가 받은 신인상의 심사위원이 되었는데 일본에 유학을 와서 일본어로 소설을 쓴 이란 여성이 수상을 했다. '시건 에사마파' 라는 작가인데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다음은 관객이 직접 작가에게 질문하는 코너
질문 : 솔직히 작품을 읽은 게 없다.(웃음) 미안하다. 하지만 이번 강연회로 작가님의 소설을 챙겨보고 싶어졌다. 어렸을 때 큰 상실을 겪어 본 적이 있는데 상처를 겪는 게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신과 의사보다 소설에 의해서 더 큰 희망을 얻는다. 살아 오면서 큰 상실을 겪은 적 있는지?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요시다 : 소설가 타입중에 고민을 소설을 쓰면서 견디는 작가도 있으나 난 그런 타입이 아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여러 곤란이 있었지만 그걸 이겨낼 어떤 방법을 제시할 수준도 아니고 소설을 읽고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연결점은 있지 않을까 싶다. 그정도 밖에 이야기 할 수 없다.
질문 : 고3이다. 작가님은 인물의 외모 묘사를 대충 하시던데 자신도 이미지가 정확하게 잡히지 않아서 인가?요시다 : 보통 생활에서도 분위기만 기억하지 외모에 대해 그리 자세히 보지 않는다. 기술적으로는 자세하게 쓰면 쓸수록 인물이 이상해지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
질문 : 모르는 건 쓰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럼 책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묘사는 주변사람들의 성격 등을 참고해서 쓰는 것인가?요시다 :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 생활속에서 들었던 기억등을 꺼내서 쓰는 편이다.
질문 : [7월 24일의 거리]는 원제 그대로인데 [사랑을 말해줘]는 원제가 [조용한 폭탄]이다 . 한국 제목을 바꾼 것은 저자의 의도인가? 요시다 : 한국 쪽 타이틀이 바뀐 건 내가 쓴게 아니고 출판사에서 추천해서 바꾼 것이다. 내 소설 제목이 바뀌는 것은 그렇지만 한국쪽 출판사가 이쪽 상황을 더 잘 아니까 믿고 맡기고 있다.
질문 :[사랑을 말해줘] 보다는 [조용한 폭탄] 쪽이 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시다 : 제목도 중요하지만 좀 더 많은 독자에게 읽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질문 : 인간 요시다 슈이치의 좌우명은? 참고로 나의 좌우명은 '사람을 살리자'이다. 장래희망이 목회자이기 때문이다. 요시다 : 아..이걸 듣고 내 좌우명을 말하기 부끄러워졌다. 내 좌우명을 앞으로 생각해 보겠다. 앞으로의 숙제로 남겨달라.
질문자 : 기다리겠다.(웃음)질문 : (질문 내용이 정확히 무슨 이야긴 지 잘 모르겠음..) 요시다 : 자기가 쓴 인물과 등장 인물이 얼마나 나쁜인간이든 좋은 인간이든 애정을 가지지 않으면 쓸 수 없다.
진행자 : 소설 속 주인공이 '여러명과 함께 있는 게 껄끄럽다'라는 걸 쓰신 적이 있는데 그건 본인이 느끼는 감정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이 무대 서기 전에도 많이 떨었다.질문 : [사요나라 사요나라]를 손을 놓지 못하고 탄력을 받아 읽게 되었는데 열린 결말이 여운이 남지만 허무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을 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그 후일담 같은 걸 내실 생각은 없는지?요시다 : 속편을 그릴 생각은 없다. 열린 결말이라도 내 나름대론 그것으로 끝을 맺은 것이기 때문이다.
요시다 슈이치 강연회& 질답시간 끝
이후에 사인회가 있었다. 가져간 [사요나라 사요나라] 커버를 벗긴 속 표지에 사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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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2009/05/24 18:56 Modify/Delete Reply Address
허망하고 허망하고 또 허망합니다. 세월이 하 수상한 것이, 종내는 산 사람들이 먼저 떠난 그를 부러워하는 날이나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박군 2009/05/25 13:11 Modify/Delete Address
그러게 말이다. 시절이 하 수상해서 이젠 무슨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은 느낌이네...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