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을 보려고 벼르고 벼르던 날이 얼마인가 올해는 꼭하고 결심하던 차에 마침 단풍이 절정이라는 연락을 받고 내장산 단풍 여행길에 올랐다. 마침 KTX도 20% 할인까지...한 주 차이로 단풍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시기였고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가보랴 하는 기분이 들었다.
때는 단풍철이기도 해서 내장산 단풍을 보러 가는데는 상당히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전날 2시간 밖에 자지 못했지만 7시에는 내장산가는 버스를 타야 했기에 정읍시내에 있는 김밥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산에서 먹을 김밥까지 주문하고는 뜨거운 국물과 김밥으로 배를 채웠다. 차가운 아침공기를 마시고 단풍에 대한 기대덕인지 수면부족으로 힘든 몸이었지만 별로 피곤함을 느끼진 못했다.

아침을 먹은 식당. 별거 안들어 간 김밥이지만 어찌나 맛있는지...

김밥과 함께 시킨 국수. 아침엔 역시 뜨거운 국물. 양푼에 담겨 나오는 것 만으로도 군침이 흐르는 시골의 맛이다.
정읍 시내에서 내장산 까지는 20분정도의 거리로 그리 멀지 않았다. 내심 꽤 일찍 출발했다고 생각했지만 내장산까지 올라가지도 못하고 입구에서는 벌써 자동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산을 올라가는 중이었다. 버스 기사는 우리를 산 입구에 내려주고 셔틀을 타라고 했다. 내장산에서 등산객들만을 위해 따로 길을 막아서 셔틀만 운행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금방 내장산국립공원 입구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산은 벌써 단풍으로 녹아내릴 정도로 물들어 있었다.



곳곳에 매달린 감들. 단풍색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림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짐이 많았기에 무슨 무슨 센터 건물로 들어가 짐을 맡기고 근처를 돌아봤다. 사람이 아직 몰려들기 전이라 낙엽이 고요하게 내려앉은 숲을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오 이것이 바로 내가 찾던 그 단풍숲이야...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림같은 장면었다.













조금 있으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역시 단풍의 메카, 더 올라가는 걸 포기하고 내려가면서 산길 주변의 단풍을 감상하기로 했다. 윗쪽보다 산 아랫쪽의 단풍이 더 화려하고 다양한 색을 발하고 있었다. 단풍의 터널을 걸어 내려오는 기분 또한 남달랐다.
내장산을 다 내려와서 근처에서 국화축제를 하고 있었다. 상당히 큰 규모로 열리고 있었고 공원 내부에는 얼굴없는 가수가 들어본적이 있을법한 흘러간 발라드를 라이브로 불러주고 있었다. 다리를 쉴겸 공원 평상에 앉아 잠시 다리를 쉬었다. 날씨가 생각보다 춥다...




국화 축제의 하일라이트 전시물.. 인어공주... 저 꺼꾸로 박힌 물고기 꼬리는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간만에 보는 엽기 전시물. 유머가 있는 고장이다..
국화 축제도 구경하고나니 배가 슬 고파졌다. 그도 그럴것이 점심이라고 아까 아침에 싸온 김밥을 편의점 라면 국물과 함께 떨며 먹은게 다였기 때문이었다. 이미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공원 입구는 대혼란상태였다.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고 나오는 데만 해도 엄청나게 시간이 걸렸다.
겨우 겨우 시내로 돌아와 따뜻한 한잔의 차가 그리워졌다. 유명한 쌍화탕집으로 갔다. 쌍화탕을 못먹는 나는 잣죽을 주문했다. 따뜻한 온돌의 바닥이 너무 좋아서 잠시 피곤한 눈을 붙였다. 조금 시간이 걸려 잣죽이 나왔다. 담백하고 진한 맛의 잣죽은 정말로 내 취향. 조금 후에 저녁을 먹어야 함에도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말았다.

오늘 밤을 묵을 숙소로 이동을 해야 해서 조금 일찍 움직였다. 호수옆의 팬션으로 오후 6시에 도착했음에도 주위는 이미 깜깜한 밤이었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깨끗한 곳이었다. 저녁은 목살과 오리고기의 바베큐. 서툴게 숯에 불을 붙이고 온몸에 고기냄새를 뒤집어 써가며 고기를 구워먹었다. 함께 구운 호박고구마가 또 일품. 간만에 야외에서 먹는 고기맛은 씹을 새도 없이 넘길 정도로 맛있었다. 어찌나 피곤했던지 10시가 조금 넘었음에도 잠자리에 들고 말았다.
다음날 일어나니 드디어 팬션 주변의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물안개가 끼길 기대했으나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서 구경은 못했다. 이렇게 가까이? 싶을 정도로 호수는 바로 옆에 있었다. 밤에 호수 근처에는 절대 가지 말라던 주인말이 이해가 되었다. 주인차를 얻어타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숙소에서 돌아 나오는 길.


팽이버섯 끝부분을 튀긴 요리. 양념치킨 소스같은걸 살짝 발라 놨는데 달콤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이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점심을 먹고 시내 은행나무 투어를 나섰다. 어제 심하게 분 바람때문에 거의 다 떨어져버린게 아쉬웠다. 포토스팟을 하나를 잃었다. 그래더 대신 정읍시내 공원 정자에 올랐다.





산을 내려와 근처 고등학교 교정으로 놀러갔다. 은행나무가 분위기 있게 숲을 이룬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잠시 뒹굴 뒹굴 했다.

결국 여행은 먹는게 남는 것. 저녁은 굴요리가 코스로 나오는 집으로 정했다. 굴전, 생굴, 굴튀김, 굴찜과 굴죽이 세트로 나왔다. 생각보다 맛은 평범했지만 생굴만큼은 너무 맛있었다.




이제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 1년치 단풍의 기억이 머리속에 꽉 차버렸다. 내년에도 또 단풍으로 물든 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KTX를 기다리고 있는데 역사 한 쪽에서 국악 공연이 펼쳐졌다. 제대로 한복을 갖춰입은 사람들이 신명나게 두드리고 있었다. 플랫폼 건너편에서 듣는 것 만으로도 어께가 들썩 들썩 흥겨운 가락이었다. 시간이 많았다면 앞에서 느긋하게 구경하고 싶을 정도로... 뭔가 전라도스러운 풍경이라 기분이 좋아진다.

Ricoh GRDigital & Yashica Electro35 GTN / Fuji Superia ASA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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