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올리는 오카야마 여행기. 이거 쓰고 있으니 더 여행 가고 싶어지는 구만..ㅠ_ㅠ
어제 일본에 태풍이 상륙한 탓에 한 밤에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소리가 창문을 통해 들렸다.
왠지 피곤한데 잠도 안오고 밖에 비는 오고..여행중에 이렇게 비가 온 적은 없었기에 스케쥴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새벽에 잠이 깨 버렸다. 그나마 다행히도 아침이 되니 비가 그치고 살짝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하는 등 하늘이 우리를 버리진 않더라. 그래서 오늘은 예정대로 쿠라시키로 향하기로 했다.
아침을 오카야마역 지하에 있는 Bagle & Bagle에서 먹었다. 도쿄의 체인점은 참 맛있었는데..
오카야마점은 조금 실망. 연어 크림치즈 베이글 세트를 먹었는데 다들 도쿄, 오사카에서는 맛있었는데..라는 배부른 투정을 했다. 많이 컸다..
오카야마 역에서 기차를 타고 9시 12분 쿠라시키로 향했다.
오카야마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쿠라시키는 미관지구라는 곳을 지정해 옛날 건물과 거리 풍경을 유지한 동네로 시내를 흐르는 수로와 함께 분위기 있는 정취로 유명한 곳. 역에서 내려 미관지구 쪽으로 걸어가는 길에 아케이드 상점가가 있어서 설렁 설렁 구경을 하며 걸어 가고 있는데 조그만 가죽 공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수작업으로 만든 가죽 소품을 파는 곳이었는데 긴자의 고쥬온에서 구입했던 가죽커버 볼펜과 같은 디자인의 볼펜이 있길래 추천했더니 같이 간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사고 싶다고 너도 나도 구입을 했다. 게다가 인두로 이름까지 새겨 주는 서비스까지. 한참을 가게에서 머무르다가 겨우 우리의 목적지인 미관지구에 도착.

쿠라시키 역

상점가에 있던 가죽공방 '바롤'

친구들이 산 가죽케이스 볼펜

흔쾌히 사진 찍어도 좋다고 하신 사장님.^^ 볼펜에 이름을 새기고 계심. 만들고 계셨던 건 난쟁이들이나 신을 것 같은 작은 가죽신.

상점가 출구 쪽에 있던 담배가게

이런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면 미관지구.

오하라 미술관 앞의 거리의 화가들...아저씨 우산이 끝내 줘요.
우선 쿠라시키에서 가장 유명한 오하라 미술관으로 향했다. 작은 지방도시 미술관이라고 얕볼 수 없는 콜렉션을 자랑하는 곳으로 일본 유일의 엘 그레코의 수태고지를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안에 들어가서 보니 생각 보다 컬렉션이 상당하고 유명작가의 작품이 골고루 잘 갖추어져 있었다. 엘 그레코의 수태고지는 따로 만들어진 특별 실에 걸려 있을 정도로 대접 받고 있었다. 우리가 간 날은 특별 전으로 마티즈전을 하고 있었는데 1921년에 미술관장이 마티즈로부터 직접 구입했다는 모양이었다. 작은 스케치부터 판화에 이르기까지.. 그 시기부터 이런 작품을 구입하려고 했던 그들의 심미안과 소장욕에 경의를 표한다. 본관에는 해외작가들이 별관에는 일본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공예관까지 총 3개의 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멋진 정원과 함께 차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어 다다미에 앉아 다리를 쉴 수도 있었다.

오하라 미술관 입구. 로뎅의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다.

마당을 바라보며 살짝 쉬어 주는 곳

별관 앞 정원,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이 널려있다.

공예관 건물들

공예관 앞에 있는 '모네의 정원'이라는 연못.
인기 많은 스폿인 미술관을 사람들이 몰려 들기 전에 무사히 돌아 본 우리는 좀 더 여유있게 동네를 걷기로 했다. 참 아름다운 동네다. 숍들도 아기자기하고 분위기가 있다. 점심 시간이 가까운 시각이라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인포메이션으로 가서 근처 맛집을 알려달라고 하니 지도를 하나 주며 표시를 해준다. 그 중 가격이 대체로 싼 가게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카페 였는데 런치세트로 카레세트가 1000엔이길래 얼씨구나 하고 들어갔더니 주말이라 세트는 안된대서 단품 카레를 먹었다. 음..꽤 맛있네.

쿠라시키 관광안내소

들어가 보고 싶었던 커피숍

어느 잡화숍 안에서 다케히사 유메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운좋게 구경을 했다.

전시가 열리고 있던 곳은 [데코 보코]라는 D.I.Y 장신구숍으로 원석등의 재료를 구입해 직접 만드는 형태의 가게. 앉아서 만들 수 있게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나무 판은 돌을 놓는 자리.
카페역시 옛날 건물을 이용해 만든 곳이라 운치가 있었다. 우리는 방으로 안내를 해주어서 작은 마당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었다. 다리도 편하게 쉬고 땀도 식히고 편안한 시간.
가게에서 파는 쿠라시키에서 발행하는 잡지 하나를 샀다. 쿠라시키를 배경으로한 그림책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가게 입구

가게안 뒷 마당

운치있던 선풍기

유기농 야채 카레

디저트로 빙수도 시켰다. 복숭아랑 녹차였던가?

페이퍼 같은 잡지를 팔고 있었다.
배를 불리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수로 위를 지나는 배가 있어 알아보니 배 한대를 빌려 수로를 돌아볼 수 있었는데 1인당 30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라 다들 타고싶었는데 이미 예약이 끝나 있었다. 조금 서둘렀으면 탈 수 있었는데 아깝다.

저 배를 탔어야 하는데...
배 타는걸 포기한 우리는 오하라 미술관 옆의 [엘 그레코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쿠라시키 하면 등장하는 유명한 카페로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인기있는 가게였다. 겨우 자리를 잡고 이집의 명물이라는 아이스커피와 케잌을 먹었다.

카페 엘 그레코. 운 좋게 사람 없을 때 직었다.

엘 그레코 내부

우리가 시킨 카스테라랑 치즈케잌
엘그레코 카페를 나왔더니 바로 옆에 키비당고 가게가 있었다. 우리나라 인절미랑 비슷한 조그만 떡인데 그 가게 패키지를 일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고미타로씨가 담당을 했더라. 하도 귀여워서 하나 사서 여럿이 나눠 먹었다. 각각 다른 캐릭터로 개별 포장되어 있는데 서로 예쁜걸 가지려고 해서 랜덤으로 나눠야 했다.^^

고미타로 디자인의 키비 당고 집.
미관지구는 관광지적인 매력이 있는데 조금 떨어진 혼마치 라는 거리는 자연스런 옛거리 모습이 있는 곳이다. 미관지구가 인사동이라면 혼마치는 삼청동정도 되려나. 거리 곳곳에 멋진 잡화숍과 소품가게등이 있었고 곳곳에 분위기 있는 찻집도 있어 미관지구와는 또 다른 멋이 느껴지는 곳. 이곳을 알게 된 것은 쿠라시키 정보를 검색하다가 혼마치의 주택을 리뉴얼 하는 작업을 하는 NPO법인이 있다는 걸 알게되면서 였는데 아주 낡은 주택을 개조 하면서도 옛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현대식으로 개조된 옛 건물이라는 컨셉으로 혼마치 거리를 꾸미는 운동을 벌이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리뉴얼 한 주택 하나를 숙박을 할 수 있게 빌려주기도 했는데 실은 그 곳에 묵고싶어서 이것 저것 알아보다가 결국 현지인이 아니면 힘들다는 결론을 내고 포기했던 것이다. 묵지는 못해도 집은 보고 싶어 혼마치로 향해봤다.

혼마치의 작은 카페.
혼마치의 어느 소품가게에 들어갔다가 그 집 이야기를 하니 자기가 데려다 주겠다며 가게 주인이 흔쾌히 우리를 그 NPO 사무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사무실 대표로 보이는 남자가 반갑게 우리를 그 건물로 데려가 주었다. 언덕 위에 있는 집으로 마루에서 내다 보면 쿠라시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더욱 묵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숙박 신청이 힘들더라는 이야기를 하니 메일로 사정을 이야기하면 외국인이라도 묵을 수 있에 배려를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튼 우리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반가운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내부도 보여주고 싶어 했는데 숙박자가 있어서 못보여 준다며 아쉬워했다. 기념으로 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고 감사의 인사를 한다음 헤어졌다.

묵고 싶었는데..독채를 빌리는 식이라 조금 비싸지만 일본식 주택에서 묵어보는 체험이 가능.

근처에 있던 다른 개조주택. 정년 후 귀향한 부부가 의뢰를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좀 더 혼마치를 돌다가 근처에 있는 이가라시 유미코 기념관에 들렀다. 참으로 혼마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었는데 캔디 마크와 1층의 쇼 윈도우로 안을 살짝 들여다 보는 것 만으로도 캔디 캔디의 감성이 마구 풍겨오는 그런 곳이었다. 이미 문을 닫은 후라서 아쉽게도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기념으로 캔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한국어판 들장미 소녀 캔디의 주제가를 떼창으로 불러댔다.

이가라시 유미코 기념관

캔디가 우릴 맞아 주었다.

살짝 들여다 봐도 캔디의 포스가 후덜덜
쿠라시키 역으로 돌아와 역에 있는 LOFT에 잠시 들렀다가 다음 목적지인 쇼핑센터 '이온' 으로 향했다. 쿠라시키역에서 가는 셔틀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서는 곳이 남문이 아니라 북문이라 한참 기다리다가 급히 북문으로 뛰어가야 했다.
북문에는 티볼리 공원이 있었다. 뭐든 외국꺼 좋아하는 일본에서 티볼리 공원 일본판을 만들어 놓은 모양이었다. 코펜하겐 갔을때도 가지 않았던 곳이라 별 감흥은 없었으나 정시에 울리는 시계탑의 인형 댄스는 일품이었다. 4방향을 향해 차례 차례로 인형이 나와서 춤을 추는데 정말 예뻤다. 멍하니 보는 사이 버스가 왔다. 5분정도 걸려 이온에 도착했다. 말은 들어봤지만 직접 와본적이 없는 곳인데 크긴 컸다. 안에 들어가보니 정말 없는게 없는 듯. 여행다이면서 이런 곳에 와서 쇼핑한 적은 없어서 나름 신선했다. 역시 여자들이 모이면 이런데 오게 되는 모양이다. 사실 내가 원하는 대형서점이 안에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다들 필요한 것을 쇼핑하러 헤어지고 나는 친구 1명과 함께 키쿠야서점으로 향했다. 만화관이 따로 있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만화 신간이 너무 없다. 오카야마 여행에서 위험을 느낀 건 바로 서점은 있는데 책이 없다는 것. 역시 도쿄나 오사카와 비교해서 확실히 규모의 차이가 있다. 책 쇼핑은 몇 권 하지도 못하고 다른 곳을 이리 저리 구경하다가 일행을 만났다. 세일 중이라 꽤 싸게 산 것들도 있는 모양이다. 쇼핑을 마친 친구들을 모아 슈퍼인 JUST에 가서 군것질 거리를 샀다 . 모듬 초밥이 544엔 왠지 먹고 싶은데 배는 부르고.. 친구랑 나눠 먹기로 하고 하나 샀다. 물론 나중에 먹으면서 왕 후회. 하나 다 살껄..

티볼리 공원 야경.

544엔 초밥, 지금은 새벽 1시

친구가 산 모듬초밥
숙소로 돌아와 1층의 욕탕으로 가서 피곤을 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렇게 숙소에 욕탕이 있으니 여행 피로 푸는데는 정말 좋다. 샤워로는 얻을 수 없는 청량감. 게다가 탕비실엔 얼음과 차가 항시 상비. 목욕후에 마시는 차가운 오차는 또 참을 수 없이 기분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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