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다른 사람들과 따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다들 하라주쿠 벼룩시장을 보러 가겠다고 한다. 나는 메구로미술관에서 열리는 체코 그림책&애니메이션 전시회를 보러 가기로 했다. JR을 타고 가다가 메구로에서 내리며 저녁에 츠키지에서 만나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메구로는 환승하느라 몇번 지나치긴 했는데 내려본 적은 없는 동네. 메구로 미술관은 역에서 조금 걸어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상업지구 바로 옆에 주택지가 있는 평범해 보이는 동네. 중간에 보이는 수로에는 벚꽃 나무가 늘어서 있어 꽃이 한창일때는 걸을만한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10분을 걸어 미술관에 도착. 큰 길에서 조금 걸어 들어간 한적한 골목에 자리잡은 미술관은 시민문화센터랑 같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무료 상설 전시 같은 것도 열리고 있었다. [체코 그림책&애니메이션의 세계] 전시회는 전부터 보고 싶었던 전시였는데 꽤나 오래 하고 있었던 탓에 운좋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두근 거리는 마음에 입장료 800엔을 내고 들어갔다. 빳빳한 종이에 예쁘게 프린트된 티켓을 들고 전시장에 입장했다.



전시회 티켓.
1층 로비에는 전시 관련 상품을 팔고 있었고 조그만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2층에 전시실이 있었는데 총 4구역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었다. 섹션 1은 [체코 의 고전이 된 작가]들로 챠페크, 라다등 거장들의 원화 전시와 [아방가르드 조류와 체코 애니메이션의 원류] 라는 제목으로 이지 트룽카등의 작가들의 실험적 그림책 전시가 있었다. 특히 이지 트룽카의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접했기에 애니메이션 느낌이 살아있지만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는 원화의 아름다움에 완전 매료되고 말았다. 그림책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1층 숍에서도 팔지 않은게 아쉬웠다.
섹션 2는 [그림책의 장] 이라는 제목으로 그림책을 볼 수 있는 독서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원본 그림책이나 일본에서 라이센스로 출판된 작가들의 책등이 있어 마음대로 관람할 수 있었다. 대부분 30대정도의 여성들이 끼리 끼리 모여 전시회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았고 커플도 적잖이 눈에 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그림책 전시회를 보러 가는 커플은 몇명이나 될까 생각해 보자 부럽기 까지 했다.
중간에 전시를 보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조식을 놓쳤다) 표에 도장을 받은 다음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정말 썰렁한 동네라 뭘 먹어야할지 난감했다. 길 건너에 시오라멘 전문점이 있었는데 꽤 구미가 당기는 외관이었지만 너무 좁고 자리도 없고 해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조금 더 걸어가자 사람들이 줄을 늘어선 [라멘이치로]라는 허름한 가게가 있었다. 점심 시간이긴 하지만 여기만 줄을 길게 늘어선게 꽤 맛있는 가게인가보다 싶었지만 배가 상당히 고팠기에 줄을 서는 건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았다.(밥을 먹고 미술관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사람들이 줄을 계속 서있는 모습이었다) 골목 골목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결국 4거리 까지 내려와서 모스버거를 발견. 후레쉬네스 햄버거 세트 하나늘 시켰다. 밀린 일기를 쓰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2시가 넘은 시각. 서둘러 전시회장으로 돌아 갔다.



길가다 발견한 시오라멘 전문점. 작지만 괜찮아 보였는데..


메구로 미술관으로 돌아가다 만난 고양이.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배고팠나?
섹션 3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그림책들] 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자주 보아오던 체코 애니메이션들의 원작 그림책이 전시되고 있었다. 원화 느낌을 상당히 잘살려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많았고 작가가 직접 감독한 경우도 많았다.
다음은 [체코 그림책의 현재]라는 주제로 지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체코의 젊은 작가를 소개하고 있는 코너였다. 대부분 70년대 태생들로 컴퓨터등을 이용한 작업들을 하는 작가도 꽤 눈에 띄었다. 기법은 달라져도 체코 애니메이션의 전통은 그림속에 살아 있음을 느낀다.
섹션 4는 [영화의 방]으로 영상을 통해 앞에 소개된 애니메이션이나 미처 원화를 전시하지 못한 그림책들을 한장 한장 넘겨주는 식으로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는데 상영시간이 상당히 길어서 1시간 정도 보다가 약속시간이 되어서 나와야 했다.

전시장 중간의 로비의 설치물. 오른쪽 구석에 보이는 것이 그림책 감상하는 방.

1층의 카페테리아. 테이블이 넓어 좋다.

카페테리아 라운지
1층으로 내려와 숍을 구경했다. 사고 싶은것이 잔뜩 있어서 마구 이것 저것 골라 담았더니. 상당한 금액이 되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내밀었더니 현금만 된다고 한다. (미술관 숍은 현금만 받는 곳이 꽤 많다) 허걱. 결국 환전해서 가지고 온 현금의 상당 금액을 써버리고 말았다. 아직 3일째 밖에 안됐는데 슬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안사고 포기하기엔 아까운 것들일 많아서 욕심을 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일행들과 츠키지에서 530분에 만나기로 했기에 서둘러 지하철 역으로 돌아갔다. 가는길에 보이는 재밌는 샵들에 눈길 주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잡화점.

내 놓은 의자가 귀여워서 한 컷.

어느 고미술품 매매상의 간판.

얼굴이 낯이 익은 인형이...

입구에 디스플렐이된 양 인형이 귀여웠던 다이닝 바. 꽤 느낌 좋은 가게였음.

메구로 역으로 올라가는 길.

지하철로 이동하는 동안 약속 시간이 1시간 늦춰졌다는 연락을 겨우 받았다. 일본 지하철은 전화가 안터지는 곳이 많아서 전화받기가 상당히 곤란했기에 긴자쯤 도착했을때야 겨우 연락이 닿았다. 단체 여행이라 전화 로밍은 필수인듯. 덕분에 로밍해간 내 폰은 톡톡히 활약을 했다.
나도 생각보다 늦어져 6시에야 츠키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츠키지에 있는 유명한 스시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기에 4거리의 맥도널드에서 만나기로 했다. 츠키지는 처음 와봤는데 시장쪽 까지 가지 않으면 전혀 어시장느낌은 나지 않았다. 그저 초밥집이 많이 눈에 띈다는 정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 납골당인가?
맥도날드 2층에서 요구르트로 빈 속을 달래며 사람들을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슬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한다. 맥도날드에 흡연구역이 있는 걸 보고 상당히 기뻐하는 사람들. 개인적으론 영 적응 안되는 흡연에 관대한 일본의 패스트푸드점. 흡연, 금연 구역이 나눠져 있을 뿐 흡연구역에서 흘러나오는 담배 냄새가 진동을 한다.

다들 모였길래 오늘의 목적지인 츠키지 스시 잔마이를 찾아 나섰다. 허무하게도 바로 길건너 골목에 있었다. 가보니 이미 줄이 엄청나다. 얼마 기다려야 하냐고 하니 최소 40분은 기다려야 한단다. 일부러 저녁시간을 피해 일찍 왔음에도 우리 앞에도 50명정도의 줄이 있다고 했다. 날씨가 상당히 쌀쌀해 져서 밖에서 기다리기가 좀 힘들긴 했지만 초밥을 먹어야 한다는 일념하게 줄을 섰다. 일행이 9명이나 되서 자리 나기가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단체 손님 하나가 빠지는 바람에 생각보다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가게의 좋은 점은 24시간 영업한다는 점.

스시 잔마이 앞에 있는 어느 가게 간판.


3층으로 안내를 해줘서 자리를 잡았다. 사람도 많고 해서 차분히 주문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직원들도 그리 친절한 편이 아니어서 대강 스시잔마이 세트 (1인당 3000엔)로 주문했다. 저녁은 출판사 쪽에서 쏘는 거라고 해서 안심하고 즐길 수 있었다. 장어가 한마리 나오고 초밥이 12개 그리고 국물등이 딸려 나오는 걸로는 뭐 가격대비 성능은 나쁘지 않았는데 맛은 기대만큼은 못했다. 유명세 있는 집 치고 맛있는 집이 별로 없다는 말이 사실인듯.


오랜만에 초밥으로 배에 기름을 두르고 다들 록본기로 향했다. 오늘은 클럽 투어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클럽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나는 빠지기로 했다. 우선 같이 록본기를 가서 가보고 싶던 서점을 돌아보고 혼자 돌아오기로 했다. 록본기 힐즈는 전에 도깨비 여행하면서 잠시 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모리미술관만 보고 돌아왔었다. 오늘도 시간이 늦어 그리 많이 보진 못했으나 10시에 사람들이 클럽으로 가기 전까지 1시간동안 개인시간을 갖고 근처를 돌아 보기로 했다.

록본기 역에서 힐즈 가는 길에 있는 광고판

록본기 역의 에스컬레이터. 전에 왔을 때는 천장에 비디오 구조물이 있었는데..

모리타워 앞의 거미 구조물.

모리타워 뒤쪽길로 해서 아사히 TV쪽 건물로 돌아 내려가니 도쿄 타워가 보이는 낯익은 길이 나온다. 영화 [도쿄타워]에 주인공이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보였던 그 길인듯 하다. 록본기에 살았던 거야? 힐즈족이었던 거야? 멀리 빨간 도쿄타워가 화려한 불빛과 함께 어우러져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길 양쪽에 명품샵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여기가 록본기! 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조금 걸어 내려가니 유명한 숫자 벽이 나타났고 그 앞에 내가 찾던 록본기 츠타야 건물이 보인다.









록본기 츠타야는 새벽까지 문을 여는 서점으로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도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지금이 가장 피크인것 같은 느낌이다. 이 서점의 가장 맘에 드는 점은 1층에 스타벅스가 있고 서점 곳곳의 코너에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커피 한 잔을 사서 서고를 돌아 다니며 맘에 드는 책을 한 권 뽑아 들고 구석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다가 구입하고 싶어지면 계산대로 가져간다는 훌륭한 시스템. 일반 단행본이 아니라 외서나 아트북, 잡지 위주로 되어있어 고급스런 느낌이 드는 서점이다. 주 고객들도 30%정도는 외국인이라 서점의 안 밖으로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뉴욕 거리의 한 풍경처럼 보이기 까지 한다. 2층은 dvd및 cd 샵으로 중고 판매 및 대여를 하는 곳. 1층 샵에서 잡지 두권을 구입했다.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리고 싶었으나 10에 다시 모이기로 했기에 다시 모리타워 앞으로 돌아가야 했다.



록본기 츠타야에서 구입한 무크지 두 권.
10시에 광장에 모여 다들 클럽으로 향하고 나는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아오야마 북센터 록본기 점에 들렀다. 이곳역시 새벽까지 운영하는 서점으로 예술서적 위주의 서점이다. 오모테산도의 아오야마 북센터 보다는 규모도 작고 셀렉션도 아트북이랑 양서 위주라 슬쩍 돌아보고 나왔다. 하지만 서점 내부는 2층의 로프트로 이루어져 있어서 외관이 멋들어진 서점이다. 록본기는 불야성의 도시. 이곳 사람들은 밤을 즐길 줄 아는 일본인들인 모양이다 (물론 외국인이 많지만). 동네 자체는 너무 럭셔리 해서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밤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점 하나는 맘에드는 곳. 좀 더 있고 싶었지만 피곤해서 바로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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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군 2007/04/03 04:01 Modify/Delete Reply Address
아아.. 저곳은 신정에 찾아갔다가 밟혀 죽는 줄 알았던 츠키지 어시장(하지만 덕분에 일본사람들 사는 느낌도 받고 좋긴 했지만 ^^;;) 저도 저 건물 모양새가 꽤나 한국어디에 있는 건물 (중앙청이었나요 --)이랑 비슷해서 뭔가 했더니 절이더라구요..;; 밤엔 저렇게 멋지게 불이 켜지는 거였군요
쭈니군 2007/04/03 04:04 Modify/Delete Reply Address
헉! 노면전차가 달리는 마을!!!! 저 주시려구 사셨나요 (그럴리가 없쟎아 --;;) 담에 꼭 보여주셔요~